포바이포 :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겨울을 지난다.
2018년07월19일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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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2월09일 09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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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겨울을 지난다.
이제 막 바이칼 호수를 떠난 기차는 아쉬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더디게 더디게 산을 오른다.

바이칼 호수가 얼마나 큰지 호수 위를 걸을 때 몰랐는데, 호수의 끝이 보일랑 말랑하고 호수 위에 사람은 점으로도 보이지 않을 호수가 커져버렸다. 과연 내가 저 호수를 걸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싶다.


 
맞은 편에 앉아 호수의 크기를 같이 재던 노인 한 분이 말을 걸어 온다. 슬류지안카 역에서 하룻밤 자고 끄라스노야르스끄로 가는 길이라고 하니 자신이 젊었을 때 이렇게 여행을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여행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렇게 늙어버렸다는 넋두리를 늘어 놓으신다.

교사로 평생을 살다 지금은 월 10만원도 안 되는 연금을 받고 살아 간다고. 소련 시절에는 기차도 저렴했는데 지금은 이르쿠츠크에 친구들 만나러 가는 것도 부담이 돼서 자주 못 간다고.

내가 저 할아버지 나이가 돼서 젊은 여행자를 만나면 이렇게 얘기해야지 "젊은 친구야, 여행은 자네처럼 젊었을 때 많이 해야 하는 것이야. 나도 자네 나이 때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지. 그때 배낭을 하도 메서 지금 내 어깨 보라고 활 시위처럼 휘어있잖아.여행을 너무 많이 해서 이리 오래 살지 않아도 원이 없는데, 노잣돈으로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지금은 기초 수급 대상자로 살아가고 있지. 그래도 후회는 없어"


 
호수가 사라진 창 너머로 숲이 시작된다. 이 숲은 얼마나 이어질까. 이 숲이 끝나는 곳에 이르쿠츠크가 있다. 시베리아에는 숲, 강 그리고 작은 도시들이 반복된다. 창문이 열리면 숲 냄새로 기차 안의 매캐한 냄새를 환기시킬 텐데, 절대 열지 못하게 밀봉되어 있다.

그나마 화장실에는 작은 창문이 환기를 위해 열 수 있게 되어 있다. 좀 머물렀다 싶으면 밖에서 연신 문을 두드린다. 내가 반복해서 화장실을 들어간다고 누군가 승무원에게 고자질을 했는지, 여 승무원이 투박한 열쇠로 다신 열지 못하게 잠궈버렸다.
 

여름엔 모기 때문에 겨울엔 찬 공기 때문에 창문 열기가 쉽지 않다. 쉬운 여행이 없다지만 이 기차 여행은 제한된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신선한 공기가 부족하다. 술, 담배, 음식, 땀 냄새가 한데 뭉쳐 같이 여행을 한다. 샌달 우드, 라벤더, 머스크 향이 그립다.

기차는 앙가라 강을 끼고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시베리아의 중심, 이르쿠츠크에 도착이다. 친구 만나러 가신다는 노인을 플랫폼에서 떠나 보내고 엄마와 딸 여행자를 맞았다.
 
처음부터 친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내릴 때까지 말 한 마디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이 모녀는 후자였다. 자기 물건에 손 댈까봐 나를 경계하느라 바쁜 네 개의 눈동자를 피해 나온 열차의 끄트머리 공간에서 정차역 안내판을 보다 굉장한 역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ЗИМА


 
시베리아 벌판에 노을을 따라 달린다.기차역 이름이 '겨울(ЗИМА:지마)'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겨울에 타면서 이 역에 내려보지 않을 수 있으랴. 블라디보스톡부터 수백 개의 역을 지나쳤을 텐데 역 이름이 이토록 시리게 달라붙은 역이름은 겨울역 뿐인 것 같다.

무지 세찬 바람과 플랫폼에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추위를 기대했지만, 바람은 기차처럼 정차해 있고, 기온은 겨우 영하 8도이다. 3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여전히 추운 날씨다. 유월이 몰고 오는 여름에도 이 겨울역은 여전히 추웠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 한 날 겨울을 만날 수 있게...겨울역은 언제나 겨울입니다.


겨울역에서는 20분간 정차합니다. 겨울역에서 맛있는 호빵 하나 먹으면 참 좋으련만, 라면이랑 감자 퓨레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전부였다. 겨울역을 기억할 만한 기념품이라도 팔까 싶어 키오스크로 향했다. 기찻길 두 개를 지나 키오스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물건을 파는 아가씨들이 모양새가 조금 다를 뿐 파는 물건들은 첫번째 집이나 마지막 집이나 똑같았다. 가격까지. 이 늦은 시간까지 같은 것을 같은 가격에 파는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있는지,. 한꺼번에 내리는 승객들을 분산하기 위해서 그랬다면 이해가 된다.

아가씨 한국 담배 한 갑 줘요. 깊은 잠에 빠진 아가씨 다음 키오스크 문을 두드렸다. 겨울역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는데 담배 한 가치 끽연이 전부라니. 기차 이름은 멋있게 지어놓고 사소한 냉장고 자석하나 팔지 않는 겨울역이다.


젊은 남자 담배 좀 주고 가. 담배를 팔았던 여자가 키오스크 아랫 문을 열고 나오더니 자신이 판 담배를 달라고 한다. 난 겨울역에서 한 가치 피운 것으로 됐다.기차를 타러 플랫폼에 가보니, 아까 건너온 빈 기찻길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기차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출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멈춰선 기차 밑으로 가려니, 갑자기 출발이라도 한다면 이 여행은 잔인하게 끝날 것이고. 유조 열차의 끝까지 달려가는 도중 기차가 떠나버리면 이 또한 끔찎한 여행이 될 것이다. 수중에 지갑만 있다는 사실이 더 불안감을 더했다.

아까 기차에서 내릴 때 기차 안에 사람들은 겨울역에 도착한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으니, 내가 타지 않아도 끄라스노야르스끄까지 고요한 밤을 보낼 테지. 추워서 발이 동동 긴장해서 발이 더 동동거렸다. 삼백 미터 떨어진 곳에 보이는 육교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다.

영화에서 봤던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는 장면을 상상하며 콧물 날리게 달렸다.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겨울역의 정적을 무자비하게 찢어 놓는다. 객차 안 내 주변 사람들도 이 소리에 잠이 깨서 승무원에게 나의 부재를 알리고 기차를 좀 늦게 출발 시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가뿐 숨을 연거푸 내뿜는다.


미친 듯이 가파르고 높은 육교를 겨우 올라 밑을 보니 이미 여러 승무원들이 객차 문을 닫고 출발할 기세다. 내가 올라타야 할 객차는 육교에서 10칸 넘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육교 바로 밑에 있는 객차에 올라탔다. 입 안에 침이 얼어버린 듯, 촉촉함이 사라져버렸다. 만약 이 기차를 놓쳤더라면 다음 정차역까지 택시를 잡아 타고 달렸으려나. 택시는 어느 도시나 후불일 테니... 그런데 무려 798km를 무슨 수로...겨울역에 20분은 너무 짧기만 하다. 한 3개월은 머물렀음 싶다.

콴탁스틱월드 : [http://quantast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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